“동네 구멍가게도 썩은 생선을 팔았으면 판매한 가게가 손님에게 환불해준다.”
라임무역펀드 환매가 중지된 뒤 속을 끓여온 직장인 ㄱ씨는 하나은행 이사회가 열리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지난달 1일 라임무역펀드에 대해 판매사(은행)가 원금을 반환하라고 권고했지만, 지난달 열린 은행 이사회는 수용 여부 결정을 미뤘기 때문이다. 은행이 권고를 받지 않으면 ㄱ씨는 지난한 법정 싸움으로 가야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열린다.
ㄱ씨는 “오랫동안 거래해온 은행을 믿고 펀드를 구매했으니 판매사(은행)가 1차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평소에는 브이아이피(VIP) 모시듯 대우하다가 문제가 생기니까 나 몰라라 하는 대형 은행의 이중적 태도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으로 가면 대기업인 금융회사를 상대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등 금융사들은 27일 이사회를 열어 라임무역펀드 투자원금 전액 반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달 1일 이들 펀드 판매사들이 소비자에게 돈을 돌려주라고 권고한 바 있다. 우리은행 650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규모다. 운용사가 허위·부실 기재한 펀드를 판매사가 검토 없이 그대로 팔았으니 책임을 먼저 지라는 취지다.
그러나 이들 회사 이사회는 투자 손실에 대해 회삿돈으로 물어주는 것은 ‘배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해 결정을 한차례 미뤘다. 금융사들은 투자자에게 책임을 일부라도 지우지 않고 원금 전액을 돌려주는 선례를 만드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한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먼저 지급하고 판매사가 운용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면 된다고 하는데 운용사로부터 못 돌려받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사 결정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라임무역펀드 관련 권고 수용 여부에 따라 금감원의 소비자보호 정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미 올 초 국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제재를 두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경영진이 불복하는 사태를 겪었고, 윤석헌 금감원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키코 배상 결정도 우리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이 수용을 거부해 모양새를 구긴 바 있다.
금감원은 이참에 분쟁조정에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하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분조위 결정은 권고여서 금융사가 수용하지 않아도 아무 불이익이 없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11일 임원회의에서 “분쟁조정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편면적 구속력)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고객 이익을 우선시하는 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 개선에도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편면적 구속력은 금융당국의 분쟁 조정안을 소비자가 수락하는 경우 금융사는 소송 제기없이 무조건 따라야하는 제도를 말한다. 보험 등 소액사건에서 자본과 정보가 열악한 소비자를 보호하는데 효과가 있지만, 금융사들은 법정으로 사건을 가져갈 수 없어 반대하는 제도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하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낸 상태다. 이용우 의원은 “2천만원 이하 소액분쟁조정사건의 경우 소송으로 가면 개인들은 시간과 비용을 감안할 때 소송의 실익이 없고 금융기관을 상대로 소송에서 이기기도 어렵다. 따라서 영국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도 도입하고 있는 편면적 구속력 제도를 도입해 개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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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4, 2020 at 04:4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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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라임 피해자들, 원금 돌려받을 수 있나 - Coindesk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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